영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연출한 영화로, ‘드라이브 마이 카’의 음악 감독이었던 이시바시 에이코의 라이브 퍼포먼스 영상으로 기획되었다가 극영화로 발전된 작품이다.

부녀가 자연과 가까이 살고 있는 작은 마을에 갑작스레 글램핑장 건설을 위해 사람들이 찾아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영화는 제80회 베니스국제영화제(2023)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우연과 상상’으로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2021)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고, ‘드라이브 마이 카’로 제74회 칸영화제(2021)에서 각본상 수상, 아카데미 시상식(2022)에서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이시바시 에이코의 라이브 퍼포먼스 영상을 기획하다가 “영화로 연출하지 않으면 이시바시씨의 음악에 맞설 수 없다”며 각본을 쓰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영화에선 음악이 하나의 중심축을 이룬다. 

타쿠미(오미카 히토시)와 그의 딸 하나(니시카와 료)는 사슴이 살고 있는 청정한 작은 산골 마을에 산다. 아직 개발이 되지 않아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곳이다.

이 마을에서 도쿄에서 온 연예기획사 매니저 타카하시(코사카 류지)와 마유즈미(시부타니 아야카)의 글램핑장 착공을 위한 설명회가 열린다. 마을 사람들은 글램핑장이 생기면 무엇이 달라지는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묻는다.

하지만 결국 마을 사람들은 글램핑장 건설이 삶을 윤택하게 할 것이라는 설명과는 달리 평화를 해치게 될 것임을 예감하게 되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마을의 심부름꾼 타쿠미 역은 ‘우연과 상상’ 스태프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과 처음 인연을 맺고,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로케이션 헌팅 당시 운전을 맡은 오미카 히토시가 맡아 처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오미카 히토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지는 얼굴을 갖고 있으며 동물, 특히 살쾡이같은 느낌이 있다고 생각해 주연 배우로 캐스팅하게 되었다고 한다.

“빨간 건 소나무, 검은 건 낙엽송”이라는 딸 하나 역의 니시카와 료 역시 이 영화로 데뷔했는데, 자연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인물을 신비롭고 차분한 표정 연기로 표현해 몰입감을 높인다.  

류스케 감독은 니시카와 료에 대해 “놀라운 모습으로 영화 속에 존재했고, 성인 배우 이상으로 진정성이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라고 호평했다.

도쿄에서 온 연예기획사 매니저로, 글램핑장 착공을 위한 설명회를 여는 타카하시 역은 영화, 드라마, 무대 공연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신의 재능을 선보인 코사카 류지가 최근 몇 년간 활동을 중단했다가 컴백해 연기했다.

코사카 류지는 처음엔 비호감으로 느껴지는 외지인 타카하시가 글램핑장 착공을 위한 설명회를 열고 일을 진행해 나가며 마을에 대해 점점 알게 되고 변화하는 모습을 잘 표현했다.

타카하시와 같은 연예기획사 직원으로 설명회를 여는 마유즈미 역에는 영화 ‘해피 아워’에 출연하면서 연기 경력을 시작한 배우 시부타니 아야카가 나온다.

시부타니 아야카는 연예기획사 직원으로 글램핑장 착공을 위해 마을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며 업계에 회의를 느끼게 되는 인물을 연기해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78년생 일본 출신으로, 2008년에 도쿄예술대학 석사 졸업 작품인 ‘열정’이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와 도쿄필름엑스에 초청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5년, 영화 ‘해피 아워’로 제68회 로카르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2018년에 제작한 ‘아사코’가 제71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으로 초청됐고, 2021년에는 제71회 베를린영화제에서 ‘우연과 상상’으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같은 해 선보인 ‘드라이브 마이 카’는 제74회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뒤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국제장편영화상까지 4개 후보에 오르고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했다.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가 지난해 열린 제80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면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3년만에 아카데미, 칸, 베를린, 베니스까지 4대 영화제를 석권한 거장으로 자리매김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영화 속 대사 “상류에서 한 일은 반드시 하류에 영향을 줍니다. 상류에 사는 사람에겐 의무가 있습니다. 눈앞의 돈벌이에 급급해 더러운 물을 전부 하류에 흘려보내서는 안 됩니다”로 관객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보낸다.

그는 “장기적으로 어떤 일을 초래할지 예상하지 않고 단기적 이익을 쫓는 패턴이 문제라 생각한다”며 “이런  행위가 반복되면서 환경 파괴가 일어나고, 인간의 신체와 정신 또한 파괴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다루고 있으나 이 또한 사회와 정교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영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3월27일(수) 개봉이다.